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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글터/그냥 잡담

다 이루어졌다 - 요한 19, 30

 다 이루어졌다 - 요한 19, 30

 2월 22일. 드디어 연수봉사가 끝났다. 김수환 추기경님의 추모미사로 집전되었기 때문에 평소와는 다르게 파견미사 중간에 축가를 부르고 율찬을 두 번 앞에 나가서 했다. 연수 3일째 되는 날부터 앞이 잘 보이지 않고 눈이 핑핑 도는 듯하게 어지러운 증상이 계속된 상태였다. 마지막 율찬을 마치고 파견강복을 한 뒤 성가를 불러야 하는데 난 의자에 주저앉고 말았다. 다 끝났다는 생각에 긴장이 풀어져서일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어지러움이 큰 몫을 한 것 같다. 그것 때문에 졸지에 주변 봉사자들에게 괜한 걱정만 끼쳐서 미안했다. 우현이 형의 도움을 받으면서 사람들을 헤치고 경당 밖으로 나와, 정하 형이 떠다 준 물을 마시면서 정신 좀 차렸다. 그 사건을 시작으로, 저녁 내내, 그리고 뒷풀이 시간에도 간헐적으로 찾아오는 어지러움과 메스꺼움에 사람들과 즐겁게 즐기지 못했다. 하지만 단순히 신체적 고통때문많은 아니었다.
 이 3박4일의 연수를 위해 지난 겨울방학의 상당시간을 쏟아부었다. 그전부터 계속된 1년 남짓의 냉담으로 인해 다시 연수봉사를 한다는 것이 매우 부담되었고, 차수모임을 할 때 하느님을 부르며 기도를 할 때마다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이런 어려움에도 연수기간동안 마음을 열고 다시 하느님을 찾고자 노력하였고, 그분이 왜 나를 연수봉사자로 불렀는지 조금 알 것 같았다.
 끝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새로운 시작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옳은 일이겠지만, 순식간에 찾아온 공허함이 날 우울하게 한다. 그래도 첫봉사 때보다는 덜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마음 한켠이 무척 허전한 것은 부정하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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