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러움 (2) 썸네일형 리스트형 어지럽다. 어지럽다. 모든게 소용돌이친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나는? 너는? 우리는? 그들은? 아, 미친듯이 소리좀 지르고 싶은데 폭발할 것 같아 어지러움 숨이 멎을만큼 어지럽다. 이제껏 살아오면서 이런 경험은 많지 않았다. 내가 기억할 수 있는 첫 경험은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을 때이다. 당시 나는 초등학교 3학년이었고, 시골 깡촌에서 서울 왕십리의 반지하 단칸방으로 이사온 바로 다음날 새벽이었다. 날짜는 8월 14일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전날 그 더운 날씨에 이삿짐을 옮긴 피곤함에 서울로 이사왔다는 흥분조차 잊고 단잠에 빠져있다가, 어머니께서 흔들어 깨우시는 바람에 깨어났다. 그 길로 바로 버스터미널로 간 다음 고속버스를 타고 남원으로 갔다. 나는 집안의 장남이지만 그때까지도 그 상황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같다. 친가 대문을 들어서던 그 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마당에 초조하게 서성이고 있는 친지들을 헤치고 지나갔다...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