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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글터/마음의 소리

헤르만 헤세, <데미안>

"나는 그저 내 속에서 저절로 우러나오는 삶을

살고자 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것이 왜 그토록 어려웠을까?"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애쓴다.

알은 곧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

희열과 공포,

남성인 동시에 여성인 것의 뒤섞임,

성스러운 것과 추악한 것의 뒤엉킴,

다감한 천진난만함을 뚫고 지나가는 깊은 죄악,

이것이 바로 내 꿈속 영상이자 아브락사스의 영상이었다.

...

깨달아 알게 된 인간에게는 단 한가지 의무 외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건 바로 자신을 찾고 자기 내부적으로 흔들리지 않고

그 길이 어디에 닿건 간에 자기 자신의 길을 더듬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었다.

...

개개인을 위한 진정한 소명은 오로지 자기 자신에게 도달하는 것, 그것 한 가지였다.

...

나는 자연이 던진 주사위었다.

불확실성을 향한 내던짐 그리고 아마도 새로운 것,

어쩌면 허무를 향한 내던짐이었을 것이다.

...

다만 우리가 각자 온전하게 자기 자신이 되고,

자신의 내부에서 작용하는 자연의 싹을 온전하고 정당하게 평가해 그 의지에 맞춰 살아가며,

불확실한 미래가 초래할지도 모르는 그 모든 일에 대비해 준비를 갖춰야 한다는 것만을

유일하게 의무와 운명으로 느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