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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글터/그냥 잡담

청년 침묵 피정

 거진 2주일의 철야 행군 뒤 얻은 하루의 여유. 홍지동 상명대 옆에 있는 예수수도회 수녀원으로 갔다. 밤 3시에 잠들면서 알람을 맞춰놓았다고 생각했으나, 일어나보니 7시10분인거다. 편도로 따져도 1시간 30분이 걸리는데 씻을 시간조차!! 기적적으로 20분만에 씻기를 마치고 사과 하나 집어들고 허둥지둥 버스로 달려갔다. 그런데 너무 이른 아침이어서 그런지...50분 만에 도착하는 거다-_-8시20분에 상명대 캠퍼스에 발을 디뎠다. 여기도 우리 학교처럼 산 중턱에 지어놓았네... 그래도 건물들이 아담하게 옹기종기 모여서 301거주민으로서 쵸큼 부럽.

 다른 분들 기다리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10시부터 시작. 관상기도와 이냐시오 영성을 처음 접하는 내게, 이것들은 마치 불교에서 하는 화두수행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경구절에 대한 학문적 탐구가 아닌 체험을 중시하는 기도이고, 특정한 구절을 놓고 마음으로 그 내용을 떠올리는 방법은 마치 선승이 하나의 화두를 놓고 밤낮으로 그것만 생각하는 것과 유사했다.

 기도 내용이나 나눔의 내용들을 여기다 이야기하기는 좀 그렇고... 오후 5시까지 침묵 가운데 하루를 보냈다. 뭔가 깔끔한 느낌이 들지는 않지만 참여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큰 기쁨이었다. 내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아픔들을 다시 한 번 돌이켜봐야겠다.

+덧. 배 모니카 수녀님의 조언 중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것.
 누군가를 용서하고자 할 때, 그 사람에 대한 연민으로 인한 용서는 용서가 아니다. 불쌍하게 여겨서 용서하는 것도 용서가 아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용서하는 것이고, 용서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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