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화가 살바도르 달리와 그의 아내 갈라는 완전한 노년기에 이르러 토끼 한 마리를 길렀는데, 토끼는 그들과 더불어 살며 그들 곁을 한 걸음도 떠나지 않았다. 노부부는 그 토끼를 몹시 사랑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어디 멀리 여행을 떠나게 되자, 그들은 토끼를 어떻게 해야 할지를 놓고 밤늦게까지 의견을 나누었다. 토끼를 데려가는 것도 어려웠지만, 누구에게 맡기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어려웠다. 그 토끼가 사람들을 꺼려한 까닭이었다. 다음 날, 갈라는 오찬을 준비했고 달리는 매우 즐거운 마음으로 식사를 하다가, 자기가 먹는 게 토끼 고기 스튜라는 것을 알았다. 그는 식탁에서 벌떡 일어나 급히 화장실로 달려가서는, 변기에 그 사랑하는 짐승을, 늘그막의 그 충실한 동반자를 토해 냈다. 반면 갈라는 자신이 애지중지하던 가축이 자신의 내장 속으로 들어가, 내장을 천천히 어루만져 주다가 마침내 제 여주인의 신체 일부가 된다는 사실이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었다. 그녀로서는 사랑하는 가축을 섭취하는 것보다 더 절대적인 사랑의 성취는 없었다. 두 육체의 이러한 융합에 비하면, 신체적 사랑 행위 따위는 극히 하찮은 욕망으로 여겨졌다.
- 밀란 쿤데라, <불멸>, 3부 투쟁, '육체' 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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