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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글터/그냥 잡담

운전면허 / 죽음

 긴장해라. 나 운전대 잡기 시작했다...

 라고 하긴 하지만 다른 이에 비하면 꽤나 늦은 편임.
 몇번의 급출발 급제동 봉고는 출렁출렁 옆자리 강사님 표정은 안드로메다로...
 오늘 연속 3시간 했는데 이제 가속구간과 평행주차만 익히면 끝. 집으로 향하는 길에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들을 보니..
저 험한 도로를 과연 무사히 달릴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ㅠ

이번주 안에 필기먼저 끝내놓자.


 어젯밤 꿈이 참...;; 운전연습할 생각 때문에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사람 한 명이 무단횡단을 하다 달려오던 덤프트럭에 치여 죽는 꿈을 꿨다. 아직도 그 장면이 너무나 생생하게 뇌리에 박혀있네... 가평에서의 마지막 봉사날 이른아침에 겪은 일이 떠올랐다.
 
 내가 있던 곳은 노인요양원 중에서 가장 중증인 환자분들(모두 거동 불가 및 일부는 영양공급튜브에 의지해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마지막'을 기다리시는 환자분들이 계신 병동)을 모시는 곳이어서 새벽부터 항상 정신이 없다. 할아버지 할머니들께 죽을 떠먹여드리고 뒷청소를 하는데 복도에 간호사님 한 분이 이동식 침대를 밀고 가는게 보였다. 침대위에는 이불로 덮어놓은 시신이 있었다. 한밤중에 요양원 옆 노체병원에서 돌아가신 환자였다. 여간호사님 혼자 밤새도록 염을 하셔서 그런지 매우 피곤해 보이셨다.

 영안실이 병원에 없고 내가 있던 노인요양원 1층에 위치해 있었는데, 환자가 사망할 경우 내가 있던 노인요양원 2층 직원이 마지막으로 영안실까지 옮기는 것을 도와준다고 했다. 야간근무자 두 명 외에 봉사자가 없어서, 그리고 마침 환자분들 기저귀를 갈던 시간이라 내가 가겠다고 하였다.

 며칠 전 직원선생님이 혼자 영안실 청소하러 가길래 대걸레 들고 그분을 따라갔었다. 영안실이라 해봐야 조그만 방 하나에 시신보관 냉동고 2기(4구 보관)에 십자가, 성모상 및 분향 등을 놓은 서랍, 잡다한 서랍장이 전부이다. 텔레비젼이나 영화에서나 봤던 시신냉동고를 직접 열고, 트레이를 꺼내어 알코올로 청소했다. 머리카락, 각질, 손톱조각 등등... 한 사람의 마지막 흔적들이 그렇게 흗어져있었다. 내 머리카락, 내 각질, 내 손톱과 다를 것이 전혀 없다. 단지 내 것은 산 사람에게서, 거기 있는 것은 죽은 사람에게서 떨어져 나왔다는 것 뿐. 청소를 할 때는 알코올 냄새와 더위 때문에 그저 맡은 청소를 깨끗이 끝내고 돌아가야겠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
 
 간호사님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 영안실에 왔다. 냉동고를 열고, 트레이를 꺼내 탁자에 올렸다. 그리고 시신을 감쌌던 이불을 치웠다. 그리고 나타난 것은 신체에 장애를 지니셨던 환자분이었다. 형태를 보아하니 중풍으로 고생하신 분 같았다. 코와 입에는 이미 솜이 채워진 상태였다. 수의가 입혀진 상태로 그렇게 약간 웅크린 자세로 누워있었다.

 내 눈앞에는 사람이 누워있다. 마치 눈을 감고 자는 것 처럼 편안해 보인다. 하지만 가슴이나 배가 오르락내리락하지 않는다. 숨을 쉬지 않는 모습이 그렇게 어색해 보일 수 없었다. 다리를 만져보았다. 한 여름인데도 마치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떡 마냥 차갑다. 침대에서 트레이로 옮기기 위해 선생님은 상체를, 나는 왼손을 무릎 아래, 오른손은 발목 위를 잡고 들었는데.. 뻣뻣하다. 약간 움직이긴 하지만 산 사람의 움직임과는 확연히 다르다. 사후경직이란게 이런건가...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어떤 경험보다 죽음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였다. 관리수녀님께서 무섭지 않았냐고 물으셨지만, 무섭기 보다는 오히려 담담했다. 죽음이라는 것이 남의 얘기가 아니라 바로 내 옆에 있다는 게 절실히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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