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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글터/그냥 잡담

옥상

 오랜만에 찾아간 301동 옥상. 옛날 생각들이 갑자기 몰려왔다. 그떄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건 없구나. 공부도 안 되고 답답한 마음에 소리지르고 싶을 때 찾아가곤 했는데..

 비가 온 뒤 맑은, 약간의 헤이즈가 낀 하늘은 시리도록 깊었다. 그 하늘 너머에 있는 우주를 상상했다. 숨이 막힐 듯 광활한 우주 속에 있는 나란 존재는 대체 무엇일까? 내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내가 지금 시험을 잘 보면 결과적으로 성적이 좋을 테고, 좋은 직장을 가질 수 있겠지. 하지만 그게 무슨 의미일까? 인생에 있어서 '성공'이란 남들보다 뛰어난 능력을 지닌 사람이 되는 것 밖에 없을까? 교수님들은 하나같이 돈, 명예, 권력을 말씀하신다. 글로벌 탑 리더, 상위 1%를 항상 강조한다. 그리고 거기에 혹한 많은 학생들은 죽기살기로 공부하지. 가끔씩 보면 자신을 위해 남들을 짓밟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할 것 같다는 무서움까지 든다. 그리고 그 물결에 휩쓸리는 내가 역겹게 느껴질 때가 있다.

 전공공부, 물론 중요하다. 아니, 기술선점이 핵심인 이공계의 특성상 정말 박터지게 공부하고 남들보다 한 발 먼저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 과정에서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다. 뭔가 빠져있어. 이대로 계속 살아간다면 나중에 나이가 들어 인생을 되돌아보게 될 때 웃을 수 있을까? 만족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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